2008년 04월 15일
:렛츠리뷰-김현탁의 산불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쓴다. 다른 리뷰를 쓰신 분들께서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거진 다 해주셨다는게 그 이유다. 하지만 청춘개화에 당첨되어 놓고 보러 가지도 못한데다가(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공식카페 팜플렛에는 일주일 후가 맞는 날짜라고 쓰여있었다-차후에 수정했지만ㅠㅜ) 렛츠리뷰에 당첨되었다가 상품을 받아보지 못하는 등의 삽질이 워낙 많아 이글루스 측의 미움을 살까 두려워 빠듯하게 글을 올린다.
연극을 보고싶기는 하지만 지식도 없고 경험도 별로 없는터라, 대학로가 집과 완전히 반대 방향이기 때문에 심심하면 가서 연극을 볼 레벨도 아닌지라 렛츠리뷰 신청 페이지에서 '산불'이라는 작품은 한눈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포스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별다른 사전 지식이 없어도 '나는 파격적인 연극입니다'라고 말하는게 보이지 않는가!
-대충 설명을 읽어보니 리얼리즘 작품인 차범석의 산불을 김현탁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했다. 영화든 무엇이든 작품을 볼때 최소한의 정보만을 알고 가는 나는ㅡ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탓도 있고 그냥 습관이기도 하다^^;ㅡ 거기까지만 읽고서 예전에 <괴물> 시사회에 데려가준 지구언니에게 은혜를 갚을겸, 간만에 언니도 만날겸사겸사하여 약속을 잡았다.
연극을 보러 가기전에 들른 강남 브라질리아에서의 식사도 무척 마음에 들었고, 시간을 좀 빠듯하게 가긴 했지만 큰 문제가 있는 여정도 아니었다. 아, 문제랄게 하나있다면 하이힐을 신고 갔었는데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의 계단이 그냥 평평한것이 아니라 돌이 숭숭 박혀있는 모습이라 정말 발바닥이 뽀개지는줄 알았다 - -;;
밖에서 파는 프로그램(팜플렛?)을 살까말까 하다가 위에서 말한것처럼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쪽이 좋다고 생각하여 구입하지 않은채로 입장했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이제 본격적인 연극 감상으로 들어가보자.
짧게나마 배운 지식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김현탁의 산불'은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작품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대사를 짧게 만들고, 그 대사와 함께 배우들의 행동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하는것으로 서사를 대신한다. 배우들의 행동에는 특별한 원인이나 이유가 없다. 관객은 다만 막과 막 사이에 뜨는 자막을 보며 그것을 '상상'해야만 한다. 내가 이 연극을 재미없게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시간 반짜리 연극이지만 시놉시스는 아주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
점례는 산에서 도망쳐 내려온 규복을 데리고 살게되는데 이를 사월이가 알게된다. 이후 사월은 규복과 관계를 가져 임신을 하게되는데 이러한 사실을 들키자 자살한다.
지구언니의 표현을 빌자면 김진명 소설에서는 회상 한줄로 끝날만한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왜 굳이 한시간 반씩이나 걸쳐서 하냐고? 괴리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원작인 '차범석의 산불'은 6.25 전쟁중의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설정과 인물이 맞물려 들어가도록 잘 짜여져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긴 시간에 걸쳐 서사를 만들어 내도록 되어있다. 이에 반해 '김현탁의 산불'은 저런 시나리오를 등에 업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사가 이야기의 진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한 형태를 하고있다. 왜냐면 굳이 6.25가 아니더라도 사람들 사이에 오해와 분열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괜찮기 때문이다. 규복이 빨갱이가 아니라 경쟁 회사에서 위장전입해온 사원이라는 현대물 설정은 어떨까? 아니면 본의 아니게 적의 소굴에 들어가있다가 도망쳐 나오는(실제로도 전직 초등교사였으나 친구들에게 속아 입산하게된다) 도중 동네 아낙 A와 만나게 되어 잠시간 몸을 숨기게 되지만 그를 여전히 악의 심복이라 생각하는 무리들이 그를 토벌하러 오는 판타지물은? 정말 어떤 설정이어도 상관이 없다. 규복이 정상인임에도 정신병원에 가거나, 점례가 식사를 가져다 주는 대신 날개 문신을 해주는 것으로 일탈을 꿈꾸도록 바뀌었지만 그런 설정역시 무엇으로 대체되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제일 미치고 팔짝뛸 노릇은 저런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 자막으로 열심히 '차범석의 산불'의 이야기를 밟아간다는데에 있다. 게다가 그 설명도 아주 희미하고 형태가 애매한 것이어서 설명과 무대가 완전히 따로노는 진풍경을 연출해낸다. 사정하듯이 계란이 떨어지던 부분이 그나마 자막과 무대가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를 하고있을 뿐이다. 혹시나 김현탁씨가 그런것을 의도했다면 성공중에서도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자막을 띄우는 것은 관객이 어느정도 서사를 따라가 주기를(=차범석의 산불을 떠올리기를) 바란 것이라고 보인다. 원작을 충실하게 패러디 하려고 했으면 그것을, 원작을 완전히 파괴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싶었다면 그쪽을 택했어야 하는데 왜 중간에 어중간하게 끼어있냐는거다. 후반으로 갈수록 서사가 짙어져서 별로 파격적이지도 않았다. 연극을 보기 전에 원작을 알고 있었다면 이러한 느낌이 배가 되었을듯 하다.
차라리 원작이 없고 자막도 없고 연극만 본것이라면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봤겠지만, 풍선을 들고 강아지 장난감을 몰며 가는 저 할아버지는 무엇일까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보겠지만 원작에 얽매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나 '실험성'은 그 빛을 잃지 않았나 싶다. 공연이 끝나고 구입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인간본성체험? 그런건 하나도 느끼지 못했는데. 연극도 연출의 글도 아무것도 낯설지 않고 '죽음이 없다면 性이 없었을까? 틀렸다. 性이 없었다면 죽음도 없었다' 라는 드라마투르기 이진성씨의 글이 제일 낯설었다. 아니,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에 저 포스터가 왜 그렇게 낯설어 보이던지.
연극은 포스터처럼 참신하지도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철저한 소통의 거부를 하고싶다고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이해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마저 가로막혀버렸다. 관객은 김현탁씨의 생각만큼 바보가 아니다.
연극을 보고싶기는 하지만 지식도 없고 경험도 별로 없는터라, 대학로가 집과 완전히 반대 방향이기 때문에 심심하면 가서 연극을 볼 레벨도 아닌지라 렛츠리뷰 신청 페이지에서 '산불'이라는 작품은 한눈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포스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별다른 사전 지식이 없어도 '나는 파격적인 연극입니다'라고 말하는게 보이지 않는가!-대충 설명을 읽어보니 리얼리즘 작품인 차범석의 산불을 김현탁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했다. 영화든 무엇이든 작품을 볼때 최소한의 정보만을 알고 가는 나는ㅡ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탓도 있고 그냥 습관이기도 하다^^;ㅡ 거기까지만 읽고서 예전에 <괴물> 시사회에 데려가준 지구언니에게 은혜를 갚을겸, 간만에 언니도 만날겸사겸사하여 약속을 잡았다.
연극을 보러 가기전에 들른 강남 브라질리아에서의 식사도 무척 마음에 들었고, 시간을 좀 빠듯하게 가긴 했지만 큰 문제가 있는 여정도 아니었다. 아, 문제랄게 하나있다면 하이힐을 신고 갔었는데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의 계단이 그냥 평평한것이 아니라 돌이 숭숭 박혀있는 모습이라 정말 발바닥이 뽀개지는줄 알았다 - -;;
밖에서 파는 프로그램(팜플렛?)을 살까말까 하다가 위에서 말한것처럼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쪽이 좋다고 생각하여 구입하지 않은채로 입장했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이제 본격적인 연극 감상으로 들어가보자.
짧게나마 배운 지식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김현탁의 산불'은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작품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대사를 짧게 만들고, 그 대사와 함께 배우들의 행동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하는것으로 서사를 대신한다. 배우들의 행동에는 특별한 원인이나 이유가 없다. 관객은 다만 막과 막 사이에 뜨는 자막을 보며 그것을 '상상'해야만 한다. 내가 이 연극을 재미없게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시간 반짜리 연극이지만 시놉시스는 아주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
점례는 산에서 도망쳐 내려온 규복을 데리고 살게되는데 이를 사월이가 알게된다. 이후 사월은 규복과 관계를 가져 임신을 하게되는데 이러한 사실을 들키자 자살한다.
지구언니의 표현을 빌자면 김진명 소설에서는 회상 한줄로 끝날만한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왜 굳이 한시간 반씩이나 걸쳐서 하냐고? 괴리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원작인 '차범석의 산불'은 6.25 전쟁중의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설정과 인물이 맞물려 들어가도록 잘 짜여져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긴 시간에 걸쳐 서사를 만들어 내도록 되어있다. 이에 반해 '김현탁의 산불'은 저런 시나리오를 등에 업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사가 이야기의 진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한 형태를 하고있다. 왜냐면 굳이 6.25가 아니더라도 사람들 사이에 오해와 분열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괜찮기 때문이다. 규복이 빨갱이가 아니라 경쟁 회사에서 위장전입해온 사원이라는 현대물 설정은 어떨까? 아니면 본의 아니게 적의 소굴에 들어가있다가 도망쳐 나오는(실제로도 전직 초등교사였으나 친구들에게 속아 입산하게된다) 도중 동네 아낙 A와 만나게 되어 잠시간 몸을 숨기게 되지만 그를 여전히 악의 심복이라 생각하는 무리들이 그를 토벌하러 오는 판타지물은? 정말 어떤 설정이어도 상관이 없다. 규복이 정상인임에도 정신병원에 가거나, 점례가 식사를 가져다 주는 대신 날개 문신을 해주는 것으로 일탈을 꿈꾸도록 바뀌었지만 그런 설정역시 무엇으로 대체되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제일 미치고 팔짝뛸 노릇은 저런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 자막으로 열심히 '차범석의 산불'의 이야기를 밟아간다는데에 있다. 게다가 그 설명도 아주 희미하고 형태가 애매한 것이어서 설명과 무대가 완전히 따로노는 진풍경을 연출해낸다. 사정하듯이 계란이 떨어지던 부분이 그나마 자막과 무대가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를 하고있을 뿐이다. 혹시나 김현탁씨가 그런것을 의도했다면 성공중에서도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자막을 띄우는 것은 관객이 어느정도 서사를 따라가 주기를(=차범석의 산불을 떠올리기를) 바란 것이라고 보인다. 원작을 충실하게 패러디 하려고 했으면 그것을, 원작을 완전히 파괴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싶었다면 그쪽을 택했어야 하는데 왜 중간에 어중간하게 끼어있냐는거다. 후반으로 갈수록 서사가 짙어져서 별로 파격적이지도 않았다. 연극을 보기 전에 원작을 알고 있었다면 이러한 느낌이 배가 되었을듯 하다.
차라리 원작이 없고 자막도 없고 연극만 본것이라면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봤겠지만, 풍선을 들고 강아지 장난감을 몰며 가는 저 할아버지는 무엇일까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보겠지만 원작에 얽매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나 '실험성'은 그 빛을 잃지 않았나 싶다. 공연이 끝나고 구입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인간본성체험? 그런건 하나도 느끼지 못했는데. 연극도 연출의 글도 아무것도 낯설지 않고 '죽음이 없다면 性이 없었을까? 틀렸다. 性이 없었다면 죽음도 없었다' 라는 드라마투르기 이진성씨의 글이 제일 낯설었다. 아니,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에 저 포스터가 왜 그렇게 낯설어 보이던지.
연극은 포스터처럼 참신하지도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철저한 소통의 거부를 하고싶다고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이해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마저 가로막혀버렸다. 관객은 김현탁씨의 생각만큼 바보가 아니다.
# by | 2008/04/15 22:48 | 이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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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전 물음표로 두고 끝냈는데 젤리푸딩님은 확실히 자신의 의견을 가미하시는군요. 랄까 저게 저런스토리인지조차 전 몰랐습니다() 그런것이었군요(...)
어쨌거나 원작을보고 연극을 보고는모르겠지만 연극을보고 원작을보고싶단생각은 들지않더군요 'ㅅ'
다른것보다 브라질리아가 눈에... ... .... ... 나의지구를 납치한게 당신이었습니카!?!!?!!!!
펄럭거리느라 근육 움직이는게 연극에서밖에 느낄 수 없는 생생함이군 싶어서 그래 보러온 보람이 그래도.. 그래도....
자막은 정말 없는게 낫겠더라.. 난 잘 안 보이기도 했고 은근 비문인게 짜증나기도 해서 제대로 안 읽었당. 노린건가(..)
하하하, 지구님 잘 빌렸습니다^0^!
지구언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푸딩님...^_ㅠ 눈 앞에서 움직이는건 참 좋았음. 나는 그 분가루가 관객석까지 퍼져들어와서 냄새나던게 제일 기억나더라.
그것조차 노린 포스트모더니즘 연극이라면 천잰데?[...]
덧붙이는 말) 마음대로 링크도 걸고 가요~